ET단상 – 새로운 하드웨어 경제학

  • 2012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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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난 기사 `Forget the Web, Start-ups Get Real`에 따르면 최근 웹의 본산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소형 소비자 가전을 비롯한 전자기기 제조업의 부활이다. 여기에 벤처캐피털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패스트 팔로어가 있는 웹에 비하면 하드웨어에는 시장 진입 장벽이 있는 점도 선호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기업가 정신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업의 경제학이 변하고 있다. 먼저 전자기기 제조가 디지털화됐다. 3차원(D) 프린팅 덕분에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년 전의 5% 이하 수준으로 낮아졌다. 마법 같다. 양산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있는 적당한 제조업체에서 아웃소싱한다. 온라인화한 유통구조 덕분에 다양한 틈새상품이 고객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바야흐로 전자기기에도 롱테일(long tail) 경제학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틈새상품이 소수 히트상품이 주도하던 전통 시장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롱테일 경제에서 다양한 전자기기 틈새상품의 공급자는 누구인가. 대기업은 물론 아니다. 전통 중소제조업체도 아니다. DIY(Do It Yourself)형 프로슈머(Prosumer)다. 제품 디자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아두이노(Arduino)로 대표되는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종잣돈을 마련하여 사업화한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가히 제3의 산업혁명이다. 대량생산 시대에서 개별 생산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주류 시장이 점점 다양한 틈새 시장의 집합으로 변해가고 있다. 10년 뒤 유비쿼터스 시대가 만개하면 스마트 전자기기 수가 1000억개에 이를 것이라고 다들 전망하고 있다. 롱테일 경제에서 틈새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DVD나 도서에서는 이미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그 비중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부품 업체는 어느 시장을 표적으로 삼아야 하는가. 여태까지는 오로지 삼성, 소니, 애플 같은 시장 지배적인 소비자 가전 거대 기업이 만드는 소수의 히트상품에 목매어 왔다. 롱테일 경제에서 특히 전자부품 중소기업은 수백만 DIY 프로슈머들이 만드는 그야말로 다양한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수백만 프로슈머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가. 소수의 히트상품을 쫓던 전통적 지혜로는 안 된다. 최선의 방안은 수백만 프로슈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에 내 전자부품이 수용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수용될 수 있는가. 오픈하고 공유해야 한다. 응용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모든 주변 라이브러리를 여타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과 호환될 수 있도록 해야 프로슈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개선되고 진화한다. 그때 비로소 DIY를 위한 사실상의 표준이 된다.

전자기기가 보다 다양해지고 그 수명이 짧아질수록 전자부품 수명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전자부품 업체의 지속성장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전자부품 중소기업도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 방법은 수백만 DIY 프로슈머에 의해 풀뿌리처럼 번식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자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숙제다.

이윤봉 위즈네트 대표